주가의 움직임은 기업의 실적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최근 시장 분위기

투자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는 여러가지 투자 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시장의 움직임을 예상하고자 합니다. 매크로 측면에서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 및 그 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장 분위기가 최근에는 가장 주된 흐름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상장된 기업들의 실적 추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입니다. 심지어 혹자의 경우 아직 시장은 기업의 실적 악화를 예상하면서도 충분히 이것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하락이 우려된다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과연 주가의 움직임은 기업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지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래더앤브릿지의 생각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와 존 보글 옹의 생각

헝가리 출신이자 유럽의 워렌버핏이라고 불린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가와 기업의 관계를 개와 주인에 비유하여, 개(주가)가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면 주인(기업가치)의 앞에서 가기도 하고 뒤쫓아 오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주인이 있는 곳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주가의 단기적 움직임은 기업의 실적이나 내재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기업의 실제 가치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금융 투자업계에 있어서 영구불멸한 족적을 남긴 존 보글 옹 또한 그의 저서에서 주가의 실제 수익률은 결국 기업이 주는 배당수익률과 기업의 수익성장률, 여기에 투기수익률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기수익률에 따라 주가의 실제 수익률은 요동치며, 투기수익률이 높은 시기도 있고, 낮은 시기도 있지만 대체로 너무 높거나 낮은 투기수익률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결국 평균회귀하여 거의 없는 수준으로 귀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투기수익률은 결국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하여 이것과 가장 연관있는 지표가 바로 PER이라는 지표입니다. PER은 주가수익비율로 현재 주가를 1주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earning)으로 나눈 지표입니다. PER이 높다는 의미는 현재 시장의 투자자들이 순이익과 대비했을 높은 평가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PER이 낮다는 의미는 순이익에 대비했을 때 낮은 평가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존 보글 옹의 관점도 결국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장의 움직임은 비이성적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기도 하고,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실망감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 기업의 가치에 수렴해간다는 논리입니다.  

기업 수익의 악화가 시장의 하락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그렇다면 기업 실적의 악화가 시장의 하락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는 앞선 관점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현금흐름이야말로 실제 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기업의 수익성장률과 배당은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이러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는 수익성장률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간단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극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재 10원의 수익을 거두는 A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A는 꽤 유망한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30년간 매년 수익을 10%씩 늘려나간다고 추가로 가정해보겠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이 기업의 30년간의 현금흐름을 매년 5%로 할인한다면, 기업의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607.48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금리인상 등의 이유로 인해 8%로 할인해서 다시 평가하게 된다면 A 기업의 현재가치는 367.04원으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집니다. 이는 기존의 607.48원 대비해서 약 40%의 평가절하 된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가 주가의 적정가치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는 당연히 이를 반영하여 주가의 하락으로 이끄는 움직임이 발생할 여지가 커집니다. 

여기까지는 기업의 실적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입니다만 이번에는 A 기업의 실적이 악화 되어 향후 2년 간은 전혀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이후에 다시 10원의 수익이 발생하여 다시 매년 10%씩 수익이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이 기업의 현금흐름을 동일하게 8%로 할인해서 미래현금흐름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계산해보면 287.89원입니다. 367.04원에 비해서도 다시 21.56% 빠진 가치이면 607.48원에 비해서는 52.61%가 평가절하된 셈입니다. 즉 금리인상이 지금의 예측대로 흘러가더라도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의 추가 하락이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메커니즘이 바로 이러한 가치평가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드시 정확히 이런 방식을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말하기는 무리이지만 일정 부분 기업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주가는 대체로 이것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가정은 그리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기업의 수익의 변화가 주가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었는지 데이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가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S&P500의 수익(earning)과 S&P500 수익률과 관련해서는 Ben Carlson의 칼럼에서 아주 잘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가 쓴 “Will the Stock Market Fall if Earnings Fall?“칼럼의 자료를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위의 표를 보면 1930년대나 2000년대와 같이 기업을 수익성장도 끔찍하고, S&P500의 배당포함 수익률도 저조한 해도 있고,   1940년대, 1990년대, 2010년대와 같이 수익성장도 견조하고 S&P500의 수익률도 좋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수익성장이 좋으면 S&P500의 수익률도 좋고, 수익성장이 좋지 않으면 S&P500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몇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는 기업의 수익 성장에 비해 S&P500의 수익률은 그 만큼 뒤따르지는 못했습니다. 반면에 1980년대는 기업의 수익 성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S&P500의 수익률은 엄청나게 좋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50년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좀 더 디테일하게 보면 좀 더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작년에 비해 올해 기업의 수익 성장이 좋았던 해에 주식 시장의 수익율은 지난 90년간 평균적으로 10.2%였습니다. 기업 수익의 성장이 좋았으니 주가도 역시 올랐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작년에 비해 올해 기업의 수익 성장이 떨어진 해에 주식 시장의 수익율도 지난 90년간 평균적으로 9.8%로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기업의 수익 성장이 작년보다 좋지 않은 해에 투자했을 때가 기업의 수익 성장이 작년보다 좋은 해에 투자했을 때보다  10% 이상 수익을 거둔 경우와 20%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경우에서 모두 더 확률적으로 높았습니다. 물론 성과가 나쁠 확률에서도 더 높은 확률을 거두기는 했으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엄청난 대형 약세장 때와 맞물려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표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는 기업의 실적이 악화 되어 수익 성장이 나빠진다고 반드시 주식 시장의 수익률도 나빠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시장의 움직임이 단순히 기업의 실적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시장의 가격은 투자자들의 예상과 기대를 반영해서 움직이므로 실제 기업의 실적이 나온 시기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 성장이 좋아진다 혹은 나빠진다 등의 이유로 투자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런 시장의 속성을 파악했다면 우리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장만을 토대로 시장에 대응하기 보다는 좀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명한 투자자”라는 세기의 명저를 남긴 벤자민 그레이엄의 방식을 우선 떠올려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그의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 만약 당신이 개인회사에 1,000달러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동업자들 중에서 미스터 마켓이라는 사람이 매우 친절하다. 그는 매일 당신에게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말해 주고, 그 정도 수준에서 당신의 지분을 사겠다는, 혹은 당신에게 추가로 주식을 팔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때때로 그의 가치평가가 그 회사의 실적이나 전망을 고려해 볼 때 그럴듯하고,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스터 마켓은 자신의 열망이나 두려움의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고, 그가 제안하는 가치가 약간 어리석게 보일 때도 있다.

 

만약 당신이 신중한 투자자이거나, 현명한 사업가라면 보유하고 있는 1,000달러어치 주식가치에 대한 판단을 미스터 마켓의 일별 판단과 정보에 맡기겠는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경우나, 그와 거래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그의 의견에 따를 것이다. 당신은 그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매길 때, 그에게 기꺼이 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가격이 낮을 때에는 그에게서 기꺼이 살 것이다. 그러한 이러한 경우 이외에는 회사의 영업이나 재무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기초로 당신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진정한 투자자는 상장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때,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는 자신의 판단과 본능에 따라 매일 시장가격을 이용할 수도, 내버려 둘 수도 있다. 그는 중요한 가격 동향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단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가격 동향은 반드시 그가 유의해야 할 위험신호를 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 위험신호는 “가격이 내려가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그런 신호는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판단을 그르치게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가격의 변동은 진정한 투자자에게 오직 하나의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가격 변동은 투자자에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 매수할 수 있고, 급상승할 때 현명하게 매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른 때에는 주식시장에 대해 잊어버리고, 배당 수익과 회사의 영업성과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더 낫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가장 정확히 설명해주는 내용입니다. 주가의 등락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해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되면 사서 보유하고,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 적절히 매도하는 이러한 투자 방식은 아마 변치 않는 투자 원칙으로 앞으로도 평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방식이 모두에게 그리고 항상 적합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치 투자 방식은 기업의 앞으로의 생존과 성장을 항상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인투자자가 하기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고 래더앤브릿지는 생각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가치투자의 대가이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도 동의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애는 유한하고 모두 같은 환경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기업의 수익 성장만을 기준으로 하여 투자하고 시장의 어지러운 변동성을 무시하는 투자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모든 투자 수익률은 기하평균을 따르기 때문에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는 순서에 따라 누적 자산의 성과가 달라지는 “시퀀스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은퇴시점이 다가온 사람일수록 이를 더욱 대비해야 하는데, 똑같은 자산에서 매년 같은 돈을 인출하고, 심지어 장기적으로 똑같은 내부수익률을 달성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더라도 은퇴 초기에 손실을 먼저 입고 시작하는 것과 수익을 거두고 시작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피델리티 자산 운용사에 똑같이 10만 달러에서 시작하여 매년 5,000달러를 인출하고, 최종적으로 CAGR 6%의 성과를 거둔 포트폴리오를 운영했을 때를 가정한 차트입니다. 보시다시피 인출 초기에 초기에 먼저 손실을 본 포트폴리오 A와 마지막에 손실을 본 포트폴리오 B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치 투자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도 기대수익률을 고려하여 자산을 배분하되 대체로 방어적 투자자는 주식과 채권을 동일한 비중으로 가져가면서 투자하는 것을 권했으며,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 옹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식의 비중을 낮추고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투자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는 없을까?

기업의 수익성장만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을 때 이를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에 집중하는 투자를 하는 방식도 있지만, 앞서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시퀀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조금 더 현실적인 투자자라면 각종 시장리스크에 대응하여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기업의 내재가치 파악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래더앤브릿지는 단순히 내재가치에 집중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는 방식보다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시장의 변동성을 인정하고, 이러한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통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의 포트폴리오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선 “켄피셔와 함께 알아보는 투자해서 돈 버는 방법 (Feat.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역발상주식투자)” 칼럼에서서언급했듯이 이러한 리스크를 잘 대비하는 방식이 진짜 인생을 바꾸는 방식이며, 나이가 도리어 어릴수록 무작정 적립식 매수 등으로 시장리스크를 어설프게 방어하기보다는 언젠가 다가올 하락장에 더욱 더철저히 대비해야 함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현명한 투자자의 방식인지는 이제 여러분께서 판단하시기를 바라며, 이번 칼럼을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