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서 워렌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며, 자신은 그 아는 범위 내에서의 사업체를 조사하고, 사업체의 수익과 그 지속가능성, 경쟁업체 대비 우위 등을 판단해서 투자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지속가능한 경제적해자가 있는 기업들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은 이치는 간단하고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울 수 있음을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영상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첫번째 예시는 자동차 산업이었는데 20세기 초 자동차가 보급되고 본격적으로 산업이 커지면서 누구나 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2000개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고, 단 3개의 회사만이,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회사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은 3개의 회사인 스튜드베커, 네쉬 컬버네이터, 허드슨 모터는 1920~1930년 당시 다우지수 top30에 들 정도로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더이상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 않으며, 이윽고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이 영상에서 처음 들어본 기업명이며, 대부분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일 것입니다.)
두번째 예시는 항공 산업으로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 이후 태동하기 시작한 항공산업은 1920~1930년대 무렵에는 무려 400여개의 항공사가 있었으며, 항공 산업이 앞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망한 분야이고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당시의 회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1991년말 기준으로 라이트 형제 이후로 수십억 명의 탑승객이 비행기를 탔었지만 여태까지의 모든 항공사의 이익을 합쳐도 적자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최악의 사업이었습니다.
세번째 예시는 TV 산업으로 1950년대만 해도 희귀했던 TV가 이제는 누구나 여러 대 가지고 있는 시절이지만 마그넷 박스, RCA 등 미국의 TV 제조회사는 퇴출되었고, 돈을 벌지 못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920년대 라디오 회사가 500여개 있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산 라디오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시와 상반되는 예시로 코카콜라는 1884년 출시된 이래 영상일 기준 창립한 지 117년 만에 매일 전세계에서 11억잔의 음료수가 판매되는 회사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2022년 현재까지도 워렌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안겨다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기술과 비지니스가 정말로 대단하고 혁명적인 산업이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 중에서 누가 이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음을 밝히며, 자신의 아는 바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산업 분야가 잘 될 것이라는 예측의 수준과는 다른 것이며, 자신이 정확하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능하면 구분하고, 최대한 그 안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가 인터넷 버블이 막 꺼진 직후인 2001년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영상에서 잠시 언급한 아마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워렌버핏은 이후에 아마존과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이후에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때 당시의 워렌버핏이었다면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월가의 전설 피터린치가 그의 전설적인 모든 커리어를 끝낸 직후 1993년에 남긴 인터뷰에서도 아주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버릴 곳이 하나도 없는 훌륭한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워렌버핏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행태라든지, 연준의 금리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걱정한다든지 하는 식의 주식투자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훌륭한 기업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서 충분히 리서치를 한 이후 투자를 집행해왔으며, 훌륭한 기업을 발견하는 방식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만족한 서비스나,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훌륭한 비지니스를 발견하고, 그 기업이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비지니스를 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 그곳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무런 전문분야가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집 근처의 월마트나, 던킨 도너츠 등을 본 적은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런 기업들에 대해서 충분히 리서치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이 찾은 기업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계속 잘해나갈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적절한 가격에 매수하고 지켜보는 것이 투자의 전부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먼저 ‘자신이 아는 범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범위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인식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을 예측해서 투자를 하려는 행위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근본적인 투자철학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말 잘 아는 분야에서 앞으로 전망이 괜찮아 보이는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도 인용했던 2001년 테리 경영대학의 영상에서 워렌버핏은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 ’19분 59초’부터 ’23분 32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두 거장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기업의 내재가치는 이 기업이 앞으로 우리에게 벌어다 줄 현금흐름의 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이 미래에 얼마의 현금을 벌어다 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가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은 과감하게 걸러내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앞으로의 사업 영역과 비지니스 환경, 경쟁력이 일정부분 상당히 예측가능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유지하면서 훌륭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다면 시장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매수하거나 보유하는 방식을 수십년간 고수해 온 것입니다.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리스크”의 정의입니다. 1985년에 제작된 워렌버핏의 전설적인 명언(Warren Buffett’s legendary quote)이라는 영상에서 그의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다시 인용하고 있는데,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 원칙은 첫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은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에 투자를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돈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잃는 리스크는 결국 궁극적으로 주가의 변동성보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기업의 내재가치도 잘 모른 체 투자하는 식의 행위가 리스크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1997년 버크셔헤서웨이의 연례보고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아래의 영상 ’37분 15초’부터 ’45분’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 영상에서도 워렌버핏은 기업의 비지니스 환경 등에 대한 리스크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단순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투자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동반자라고 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 이론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리스크와 동일한 개념으로 치환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워렌버핏의 관점이며, 대개의 가치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투자철학을 기반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다모다란 교수 역시 투자철학이란 시장을 대하는 일관된 사고 방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따라서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시장의 속성과 작동원리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 중에서 자신의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부터 확실하게 개념을 잡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관찰하기에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으로 작동해서 이미 공개된 정보들은 어느 정도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으며, 지금 현재 자산의 가격은 이미 기대수익률까지도 어느 정도 반영된 적정 가격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초과수익(알파)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은 시장이 항상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없다면 당신의 최선은 그냥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당신이 인덱스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시장의 효율적 움직임을 믿고 베팅하는 것이라는 사실 역시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 그 자체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필연적인 위험들에 대해서도 아주 면밀히 알고 있어야 하고, 가급적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잘 강구되어 있어야 합니다. 시장이 영원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 아니라 시장의 속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자신의 투자 철학이 출발해야 장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래더앤브릿지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당신은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지 않으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비효율성이 무엇인지, 그 비효율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의 투자철학이 확실히 자리잡혀 있어야 합니다. 가치투자를 예로 들자면 시장의 가격은 때때로 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 있으며, 언젠가 시장은 다시 이 기업의 내재가치 정도까지는 평균회귀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기업 대비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더 많은 주가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설 역시 갖고 있다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이 판단해야 할 요소들은 상당히 많으며, 여러가지 반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는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라서 내재가치 대비 비싼 가격이 아닌 혹은 낮은 가격이라 판단했다면, 왜 당신은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라 생각했는지, 지금 효율적이지 않는 시장이 왜 나중에는 효율적이게 되는지 등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투자에 대한 자신의 판단 기준과 관점이 바로 투자철학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투자철학을 가지고 제대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이라면 반드시 당신은 시장의 속성에 대해서 면밀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가치투자할래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투자철학을 그대로 모방하려고 해도 근본적인 시장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와 경험이 있지 않는 이상 결코 투자로 성공하여 장기적인 성과를 쟁취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속성이나 이해는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사실 궁극적으로 자신의 투자철학을 결정짓는 투자의 정수이기 굉장히 다양하고 여러가지 참신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번 더 제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께서 투자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