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도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투자로 성공한 여러 대가들이 자신들만의 투자 철학과 관점이 있음을 우리는 은연 중에 알고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투자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우리가 투자 공부를 한다 함은 그들의 투자 방식을 모방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투자 철학이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칼럼은 투자철학이 필요한 본질적인 이유와 다양한 투자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만들고 정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조건들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회사 버크셔헤서웨이의 연간 보고서의 첫 장은 항상 S&P 500 대비 버크셔헤서웨이의 주식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시작합니다. 1965년부터 2021년까지 57년간 그는 무려 연평균 CAGR 20.1%를 기록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물론, 역대 최고의 투자자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워렌버핏은 특히 가치투자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서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매집하는 투자 철학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운용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이후로는 운용상의 이유로 규모가 작은 완전히 저평가 된 기업보다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대형 우량주를 적절한 가격에 매집하는 방식으로 투자 방식을 전환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기업의 현재가치 혹은 미래가치까지 고려하여 적절한 가격으로 매집하는 방식의 근간은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방식에 두고 있다고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위대한 투자자인 워렌버핏조차도 매번 S&P500의 성과를 이긴 것만은 아닙니다. 57년간 38번을 S&P500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대략 1/3은 S&P500의 성과를 하회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저성과 구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 보고 주요 장면
버크셔헤서웨이가 S&P500 대비하여 저성과를 보인 시기 중 특히 몇 가지 인상적인 시기들이 있었는데 먼저 1972~1975년 시기 버크셔헤서웨이의 주식 가치는 무려 45%나 하락하였고, 동일 기간 S&P500의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인내하고 투자를 이어나간 워렌버핏은 1976~1979까지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기록하여 75년 대비 주식가치를 7.8배 상승시킵니다. 동일 기간 S&P500의 성과는 1.44배 정도였음을 생각해볼 때 시장을 완전히 압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시기는 바로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다. 1999년 버크셔헤서웨이의 성과는 연수익률 -19.9%로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식 시장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정도의 심각한 손실을 본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S&P500의 배당포함 연수익률은 21%로 워렌버핏은 거의 40%도 넘게 S&P500 대비 저조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참고로 2022년 현재를 포함해서 워렌버핏의 투자 인생에서 S&P500 대비 가장 안 좋은 수익률을 거둔 해가 1999년입니다. 당시에 어마어마한 닷컴주식에 대한 열풍과 기술주의 끝모를 상승으로 인해 2000년 워렌버핏이 매 해 여는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에 참석한 일부 주주조차 워렌버핏이 기술주 투자에 나서야 함을 공개적으로 주장했으며(위의 200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1시간 13분 35초’부터 ‘1시간 23분’ 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굉장히 많은 투자자들이 워렌 버핏의 방식은 낡았고 이제는 구닥다리라고 취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무너지고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어 2001년 버크셔 주주 총회에서는 기술주에 무분별하게 투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주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게 됩니다.(아래의 2001년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3시간 38분 35초’부터 ‘3시간 39분’ 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이 때 워렌 버핏도 사람들의 지난 평가에 꽤나 열이 받았었는지 2001년 주주서한에서 그 유명한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It’s only when the tide goes out that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이라는 명언을 이 때 남기게 됩니다. 이후 이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경구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워렌버핏이 이제는 한물 간 것이 아니냐 하는 식의 비판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한 주가급락 시기를 놓치면서 이러한 평가는 더욱 심해졌고, 이에 대해 2022년 주주총회에서 워렌버핏 자신은 거시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마켓타이밍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으며, 2020년 3월은 투자시기를 놓쳤다고 실수를 인정하는 상당히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위의 2022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1시간 36분 8초’부터 ‘1시간 40분 20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2022년이 끝나지 않았긴 하지만 아마 지금과 같은 연준의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S&P500의 성과가 저조한 상태로 마무리된다면 상대적으로 에너지 주에 투자한 워렌버핏의 혜안이 다시 한 번 빛나는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그가 투자했던 옥시덴탈의 올해의 성과는 매우 놀라운데, 202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당시에는 매우 안 좋은 평가가 역시 지배적이었습니다. 유가는 당시 -37달러라는 희대의 마이너스 유가를 찍고 배럴 당 20달러 정도의 저유가 국면에 있었고, 옥시덴탈 주주들에게는 불필요한 경쟁사 인수로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워렌버핏은 옥시덴탈의 경쟁사 인수 당시에는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가가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저유가 상황에 빠질지를 예측할 수는 없었고 계속 이런 식의 저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 뿐만 아니라 관련된 채권 부도로 인해 금융권에도 약간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에 가까운 답변을 합니다. 시대는 친환경을 향해가고 있는데 원유 회사 주식을 사모으는 버핏의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아래의 202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3시간 22분 14초’부터 ‘3시간 28분 24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워렌버핏 투자철학의 핵심
위의 여러가지 일화를 통해서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려는 바가 버크셔헤서웨이의 저성과 국면에서 워렌버핏이 직면한 다양한 비판과 관점들에 대해서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면 워렌버핏이 옳았으니 그는 위대한 통찰력을 가진 투자자이고, 가치투자는 올바른 투자 방식이다 라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워렌버핏이 틀렸다거나 가치투자가 잘못되었다라는 식의 이야기 또한 아니며, 단지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가치 투자 방식과 워렌 버핏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다분히 결과론적인 평가이고 사후해석이기 때문에 올바른 평가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투자철학과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응용과 변형은 있을지언정 시종일관 같은 관점을 견지한 채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것입니다. 70년대 초 수년에 걸쳐 운용자산이 반토막 가까이 났을 때도 그는 계속 담담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투자를 이어나갔으며, 닷컴버블의 정점에서 모두가 기술주 투자에 열을 올릴 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코로나 저점 근방 즈음 매수시기를 놓쳤을 때에도 이제는 기회를 놓친 한물 간 사람 취급하고, 심지어 명백히 사양산업이고 미래가 없다 여기던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결단을 주주들에게 비판받기도 했지만 시장이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올해 그의 성과는 유달리 빛나 보입니다.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지나고 보면 쉽지만 그 순간에 이런 결정들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누구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렌버핏은 성공하고, 일반적인 평범한 대중들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래더앤브릿지의 생각은 본인만의 제대로 된 완성도 있는 투자철학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오늘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것을 현재 주가와 비교하여 저평가 혹은 고평가 여부를 비교하는 방법은 더이상 숨겨진 비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고, 그 외의 다른 투자 기법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굉장한 알파 수익을 거두는 헤지펀드들 혹은 개인들의 극비의 알고리즘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알고리즘의 수명이 얼마나 갈 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알고리즘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근간에는 역시 데이터와 확률을 해석하는 투자철학이 내재되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오늘날의 투자환경은 투자요령 혹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지식적인 부분 혹은 시스템적인 부분은 워렌 버핏보다도 나은 훈련된 개인이나 기관 역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문제는 그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근간에는 어떠한 기준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똑같이 다양한 기업을 가치평가하더라도 그가 왜 특정 기업의 전망을 좋게 보았으며, 왜 시기에 투자를 결정했는지, 혹은 매도를 결정했는지 따위 등의 매순간 연속된 의사결정을 내린 이면에 무엇이 그를 특별히 했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의 가치평가를 하는 방법과 요령을 익힌 것만으로, 특정 기업에 어떤 비중으로 어느 시기에 투자를 하고, 정리할 지 정하는 모든 의사결정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