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성과를 통해 알아보는 투자 철학이 필요한 진짜 이유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도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투자로 성공한 여러 대가들이 자신들만의 투자 철학과 관점이 있음을 우리는 은연 중에 알고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투자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우리가 투자 공부를 한다 함은 그들의 투자 방식을 모방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투자 철학이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칼럼은 투자철학이 필요한 본질적인 이유와 다양한 투자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만들고 정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조건들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버크셔 헤서웨이 연간 보고서의 첫 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회사 버크셔헤서웨이의 연간 보고서의 첫 장은 항상 S&P 500 대비 버크셔헤서웨이의 주식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시작합니다. 1965년부터 2021년까지 57년간 그는 무려 연평균 CAGR 20.1%를 기록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물론, 역대 최고의 투자자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워렌버핏은 특히 가치투자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서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매집하는 투자 철학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운용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이후로는 운용상의 이유로 규모가 작은 완전히 저평가 된 기업보다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대형 우량주를 적절한 가격에 매집하는 방식으로 투자 방식을 전환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기업의 현재가치 혹은 미래가치까지 고려하여 적절한 가격으로 매집하는 방식의 근간은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방식에 두고 있다고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위대한 투자자인 워렌버핏조차도 매번 S&P500의 성과를 이긴 것만은 아닙니다. 57년간 38번을 S&P500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대략 1/3은 S&P500의 성과를 하회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저성과 구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 보고 주요 장면

버크셔헤서웨이가 S&P500 대비하여 저성과를 보인 시기 중 특히 몇 가지 인상적인 시기들이 있었는데 먼저 1972~1975년 시기 버크셔헤서웨이의 주식 가치는 무려 45%나 하락하였고, 동일 기간 S&P500의 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인내하고 투자를 이어나간 워렌버핏은 1976~1979까지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기록하여 75년 대비 주식가치를 7.8배 상승시킵니다. 동일 기간 S&P500의 성과는 1.44배 정도였음을 생각해볼 때 시장을 완전히 압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시기는 바로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다. 1999년 버크셔헤서웨이의 성과는 연수익률 -19.9%로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식 시장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정도의 심각한 손실을 본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S&P500의 배당포함 연수익률은 21%로 워렌버핏은 거의 40%도 넘게 S&P500 대비 저조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참고로 2022년 현재를 포함해서 워렌버핏의 투자 인생에서 S&P500 대비 가장 안 좋은 수익률을 거둔 해가 1999년입니다. 당시에 어마어마한 닷컴주식에 대한 열풍과 기술주의 끝모를 상승으로 인해 2000년 워렌버핏이 매 해 여는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에 참석한 일부 주주조차 워렌버핏이 기술주 투자에 나서야 함을 공개적으로 주장했으며(위의 200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1시간 13분 35초’부터 ‘1시간 23분’ 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굉장히 많은 투자자들이 워렌 버핏의 방식은 낡았고 이제는 구닥다리라고 취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닷컴버블이 무너지고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어 2001년 버크셔 주주 총회에서는 기술주에 무분별하게 투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주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게 됩니다.(아래의 2001년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3시간 38분 35초’부터 ‘3시간 39분’ 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여담이지만 이 때 워렌 버핏도 사람들의 지난 평가에 꽤나 열이 받았었는지 2001년 주주서한에서 그 유명한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It’s only when the tide goes out that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이라는 명언을 이 때 남기게 됩니다. 이후 이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경구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9년과 2020년에도 워렌버핏이 이제는 한물 간 것이 아니냐 하는 식의 비판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한 주가급락 시기를 놓치면서 이러한 평가는 더욱 심해졌고, 이에 대해 2022년 주주총회에서 워렌버핏 자신은 거시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마켓타이밍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으며, 2020년 3월은 투자시기를 놓쳤다고 실수를 인정하는 상당히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위의 2022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1시간 36분 8초’부터 ‘1시간 40분 20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2022년이 끝나지 않았긴 하지만 아마 지금과 같은 연준의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S&P500의 성과가 저조한 상태로 마무리된다면 상대적으로 에너지 주에 투자한 워렌버핏의 혜안이 다시 한 번 빛나는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그가 투자했던 옥시덴탈의 올해의 성과는 매우 놀라운데, 202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당시에는 매우 안 좋은 평가가 역시 지배적이었습니다. 유가는 당시 -37달러라는 희대의 마이너스 유가를 찍고 배럴 당 20달러 정도의 저유가 국면에 있었고, 옥시덴탈 주주들에게는 불필요한 경쟁사 인수로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워렌버핏은 옥시덴탈의 경쟁사 인수 당시에는 그것이 그렇게 나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가가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저유가 상황에 빠질지를 예측할 수는 없었고 계속 이런 식의 저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 뿐만 아니라 관련된 채권 부도로 인해 금융권에도 약간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에 가까운 답변을 합니다. 시대는 친환경을 향해가고 있는데 원유 회사 주식을 사모으는 버핏의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아래의 2020년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영상 ‘3시간 22분 14초’부터 ‘3시간 28분 24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워렌버핏 투자철학의 핵심

위의 여러가지 일화를 통해서 이번 칼럼에서 이야기하려는 바가 버크셔헤서웨이의 저성과 국면에서 워렌버핏이 직면한 다양한 비판과 관점들에 대해서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면 워렌버핏이 옳았으니 그는 위대한 통찰력을 가진 투자자이고, 가치투자는 올바른 투자 방식이다 라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워렌버핏이 틀렸다거나 가치투자가 잘못되었다라는 식의 이야기 또한 아니며, 단지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가치 투자 방식과 워렌 버핏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다분히 결과론적인 평가이고 사후해석이기 때문에 올바른 평가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투자철학과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응용과 변형은 있을지언정 시종일관 같은 관점을 견지한 채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것입니다. 70년대 초 수년에 걸쳐 운용자산이 반토막 가까이 났을 때도 그는 계속 담담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투자를 이어나갔으며, 닷컴버블의 정점에서 모두가 기술주 투자에 열을 올릴 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코로나 저점 근방 즈음 매수시기를 놓쳤을 때에도 이제는 기회를 놓친 한물 간 사람 취급하고, 심지어 명백히 사양산업이고 미래가 없다 여기던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결단을 주주들에게 비판받기도 했지만 시장이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올해 그의 성과는 유달리 빛나 보입니다.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지나고 보면 쉽지만 그 순간에 이런 결정들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누구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렌버핏은 성공하고, 일반적인 평범한 대중들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래더앤브릿지의 생각은 본인만의 제대로 된 완성도 있는 투자철학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오늘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것을 현재 주가와 비교하여 저평가 혹은 고평가 여부를 비교하는 방법은 더이상 숨겨진 비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고, 그 외의 다른 투자 기법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굉장한 알파 수익을 거두는 헤지펀드들 혹은 개인들의 극비의 알고리즘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알고리즘의 수명이 얼마나 갈 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알고리즘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근간에는 역시 데이터와 확률을 해석하는 투자철학이 내재되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오늘날의 투자환경은 투자요령 혹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지식적인 부분 혹은 시스템적인 부분은 워렌 버핏보다도 나은 훈련된 개인이나 기관 역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문제는 그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근간에는 어떠한 기준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똑같이 다양한 기업을 가치평가하더라도 그가 왜 특정 기업의 전망을 좋게 보았으며, 왜 시기에 투자를 결정했는지, 혹은 매도를 결정했는지 따위 등의 매순간 연속된 의사결정을 내린 이면에 무엇이 그를 특별히 했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의 가치평가를 하는 방법과 요령을 익힌 것만으로, 특정 기업에 어떤 비중으로 어느 시기에 투자를 하고, 정리할 지 정하는 모든 의사결정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의 코스에 따른 테드 윌리엄스의 타율을 나타낸 그림

워렌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 및 방식에 대하여 책을 남긴 적은 없지만 주주서한과 다양한 강연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래더앤브릿지는 그의 투자 철학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점은 그가 바로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그는 아주 여러 차례 다양한 비유(가장 유명한 비유는 야구 선수 테드 윌리엄스가 자신의 타율이 높은 이유를 기본적으로 치기 쉬운 코스로 오는 공을 노린다는 것을 빗대어 투자 역시 그래야 함을 역설함.)를 들어 여러 장소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03년 버크셔헤서웨이의 연례보고에서도 우리가 모든 분야에 능통할 필요도 없으며, 시장을 예측하려고 할 필요없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훌륭한 기업을 파악하려 인생에서 몇 차례 훌륭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 바 있습니다. (위의 영상 ‘2시간 36분 38초’부터 ‘2시간 45분 3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이 영상의 ‘2시간 44분 36초’ 근방에도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이론에 대한 비유가 나옵니다.) 이와 비슷한 논지의 이야기는 워렌버핏의 다양한 인터뷰 등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워렌버핏의 의도가 잘 드러난 영상은 2001년 조지아주의 테리 경영대학에서의 초청 강연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상의 내용에서 우리는 앞선 버크셔헤서웨이 연례보고 답변보다 많은 부분을 통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는 범위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영상 ’13분 13초’부터 ’19분 55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영상에서 워렌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며, 자신은 그 아는 범위 내에서의 사업체를 조사하고, 사업체의 수익과 그 지속가능성, 경쟁업체 대비 우위 등을 판단해서 투자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지속가능한 경제적해자가 있는 기업들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은 이치는 간단하고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울 수 있음을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영상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첫번째 예시는 자동차 산업이었는데 20세기 초 자동차가 보급되고 본격적으로 산업이 커지면서 누구나 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2000개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고, 단 3개의 회사만이,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회사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은 3개의 회사인 스튜드베커, 네쉬 컬버네이터, 허드슨 모터는 1920~1930년 당시 다우지수 top30에 들 정도로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더이상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 않으며, 이윽고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이 영상에서 처음 들어본 기업명이며, 대부분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일 것입니다.)
두번째 예시는 항공 산업으로 라이트 형제의 비행 성공 이후 태동하기 시작한 항공산업은 1920~1930년대 무렵에는 무려 400여개의 항공사가 있었으며, 항공 산업이 앞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망한 분야이고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당시의 회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1991년말 기준으로 라이트 형제 이후로 수십억 명의 탑승객이 비행기를 탔었지만 여태까지의 모든 항공사의 이익을 합쳐도 적자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최악의 사업이었습니다.

세번째 예시는 TV 산업으로 1950년대만 해도 희귀했던 TV가 이제는 누구나 여러 대 가지고 있는 시절이지만 마그넷 박스, RCA 등 미국의 TV 제조회사는 퇴출되었고, 돈을 벌지 못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920년대 라디오 회사가 500여개 있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산 라디오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시와 상반되는 예시로 코카콜라는 1884년 출시된 이래 영상일 기준 창립한 지 117년 만에 매일 전세계에서 11억잔의 음료수가 판매되는 회사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2022년 현재까지도 워렌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안겨다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기술과 비지니스가 정말로 대단하고 혁명적인 산업이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 중에서 누가 이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음을 밝히며, 자신의 아는 바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산업 분야가 잘 될 것이라는 예측의 수준과는 다른 것이며, 자신이 정확하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능하면 구분하고, 최대한 그 안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가 인터넷 버블이 막 꺼진 직후인 2001년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영상에서 잠시 언급한 아마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워렌버핏은 이후에 아마존과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이후에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때 당시의 워렌버핏이었다면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월가의 전설 피터린치가 그의 전설적인 모든 커리어를 끝낸 직후 1993년에 남긴 인터뷰에서도 아주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버릴 곳이 하나도 없는 훌륭한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워렌버핏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행태라든지, 연준의 금리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걱정한다든지 하는 식의 주식투자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훌륭한 기업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서 충분히 리서치를 한 이후 투자를 집행해왔으며, 훌륭한 기업을 발견하는 방식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만족한 서비스나,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훌륭한 비지니스를 발견하고, 그 기업이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비지니스를 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 그곳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아무런 전문분야가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집 근처의 월마트나, 던킨 도너츠 등을 본 적은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런 기업들에 대해서 충분히 리서치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이 찾은 기업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계속 잘해나갈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적절한 가격에 매수하고 지켜보는 것이 투자의 전부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먼저 ‘자신이 아는 범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범위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인식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을 예측해서 투자를 하려는 행위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근본적인 투자철학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말 잘 아는 분야에서 앞으로 전망이 괜찮아 보이는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도 인용했던 2001년 테리 경영대학의 영상에서 워렌버핏은 자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 ’19분 59초’부터 ’23분 32초’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두 거장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기업의 내재가치는 이 기업이 앞으로 우리에게 벌어다 줄 현금흐름의 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이 미래에 얼마의 현금을 벌어다 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가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은 과감하게 걸러내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앞으로의 사업 영역과 비지니스 환경, 경쟁력이 일정부분 상당히 예측가능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유지하면서 훌륭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다면 시장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매수하거나 보유하는 방식을 수십년간 고수해 온 것입니다.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리스크”의 정의입니다. 1985년에 제작된 워렌버핏의 전설적인 명언(Warren Buffett’s legendary quote)이라는 영상에서 그의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다시 인용하고 있는데,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 원칙은 첫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은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에 투자를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돈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잃는 리스크는 결국 궁극적으로 주가의 변동성보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기업의 내재가치도 잘 모른 체 투자하는 식의 행위가 리스크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1997년 버크셔헤서웨이의 연례보고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아래의 영상 ’37분 15초’부터 ’45분’구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 영상에서도 워렌버핏은 기업의 비지니스 환경 등에 대한 리스크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단순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투자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동반자라고 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 이론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리스크와 동일한 개념으로 치환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워렌버핏의 관점이며, 대개의 가치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투자철학을 기반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완성도 있는 투자 철학은 결국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앞선 내용들을 기반으로 확고한 투자철학을 만들고 이것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간 워렌버핏의 투자의 결과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자 기업가로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의 투자 결과가 좋았던 이유는 그의 투자 철학이 시장에 아주 잘 먹히는 방식이었다고 이야기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즉, 결과적으로 래더앤브릿지의 생각은 “워렌버핏의 성공의 이면에는 시장의 속성을 철저히 이해하고 자신의 투자철학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갔기에 성공을 했다.”입니다. 이러한 결론에 공감을 하신다면 결국 훌륭하고 완성도 있는 투자철학은 시장의 속성을 잘 이해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 역시 동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완성도 있는 투자철학없이 투자를 임한다면, 투자를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다양한 선택의 기준이 흔들리게 되고 일관성 있는 투자를 지속해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투자에 있어서 운의 요소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만약 당신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운의 요소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확률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일관되게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앞서 여러 칼럼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몬테카를로에서 배우는 투자의 정수 (Feat. 조셉 재거의 방식)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바빌론에서 가장 부자 된 사나이의 비결은 무엇인가 등의 칼럼 참조) 안 좋은 선택은 언젠가 안 좋은 결과로 귀결될 수 밖에 없고, 안 좋은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는 대체로 완성도 있지 않는 설익은 직감이나 맹신 혹은 조악한 투자에 대한 가설에서 시작되고, 이러한 것들은 결국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다모다란 교수 역시 투자철학이란 시장을 대하는 일관된 사고 방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따라서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시장의 속성과 작동원리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 중에서 자신의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부터 확실하게 개념을 잡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관찰하기에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으로 작동해서 이미 공개된 정보들은 어느 정도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으며, 지금 현재 자산의 가격은 이미 기대수익률까지도 어느 정도 반영된 적정 가격이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초과수익(알파)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은 시장이 항상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없다면 당신의 최선은 그냥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당신이 인덱스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시장의 효율적 움직임을 믿고 베팅하는 것이라는 사실 역시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 그 자체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필연적인 위험들에 대해서도 아주 면밀히 알고 있어야 하고, 가급적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잘 강구되어 있어야 합니다. 시장이 영원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 아니라 시장의 속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자신의 투자 철학이 출발해야 장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래더앤브릿지는 생각합니다. 

반대로 당신은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지 않으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비효율성이 무엇인지, 그 비효율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의 투자철학이 확실히 자리잡혀 있어야 합니다. 가치투자를 예로 들자면 시장의 가격은 때때로 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어 있으며, 언젠가 시장은 다시 이 기업의 내재가치 정도까지는 평균회귀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기업 대비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더 많은 주가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설 역시 갖고 있다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이 판단해야 할 요소들은 상당히 많으며, 여러가지 반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는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라서 내재가치 대비 비싼 가격이 아닌 혹은 낮은 가격이라 판단했다면, 왜 당신은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라 생각했는지, 지금 효율적이지 않는 시장이 왜 나중에는 효율적이게 되는지 등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투자에 대한 자신의 판단 기준과 관점이 바로 투자철학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투자철학을 가지고 제대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이라면 반드시 당신은 시장의 속성에 대해서 면밀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가치투자할래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투자철학을 그대로 모방하려고 해도 근본적인 시장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와 경험이 있지 않는 이상 결코 투자로 성공하여 장기적인 성과를 쟁취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속성이나 이해는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사실 궁극적으로 자신의 투자철학을 결정짓는 투자의 정수이기 굉장히 다양하고 여러가지 참신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번 더 제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께서 투자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