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투자의 허와 실

최근에는 특정 한 두개의 종목에 막무가내식 몰빵 투자보다는 시장 전체의 상승을 믿고 베팅하는 인덱스 펀드 투자가 점차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10여년간 엄청난 성과를 보였던 S&P500을 매수 후 영원히 보유하거나, 조금씩 분할해서 사 모으는 방식 등의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 이러한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와 같은 S&P500 투자의 장단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덱스펀드 투자의 창시자인 존 보글 옹이 여러 저서에서 밝힌 핵심 주장은 결국 시장 전체를 추종함으로써 시장이 가져다 주는 수익은 취하되, 종목 선정에서 오는 리스크와 각종 매매수수료와 양도차익에서 오는 세금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에서 나온 내용에 따르면 1970년에 운용을 시작한 총 355개 펀드 가운데 전체시장지수보다 2퍼센트 이상 초과수익을 거둔 펀드는 단 2개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281개의 펀드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2016년 기준) 게다가 초과수익을 거둔 이 2개의 펀드 또한 평균회귀의 영향으로 현재는 더이상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나는 그 유명한 피터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 펀드입니다. 다른 하나는 윌 다노프가 운용했던 콘드라펀드입니다.)

또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덱스 펀드를 앞서는 액티브 펀드의 비율을 예측해보면 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액티브 펀드의 약 29%가 인덱스 펀드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5년이면 그 비율이 약 15%가 되리라 예측되며, 50년 후면 인덱스 펀드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액티브 펀드는 고작 2%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됨을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내용은 한 두 번은 시장을 이길 수 있어도 꾸준하게 시장을 이기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포트폴리오 이론 상으로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시장 전체를 추종하기 때문에 IMF,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거시경제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한 굵직굵직한 이슈들로 인해 야기되는 “체계적인 리스크(위험)”로 인한 변동성과 낙폭은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잘나가는 종목을 선정하고자 하는데서 오는 개별주 선정 리스크(비체계적 리스크), 이를테면 특정 기업의 유상증자, 횡령, 실적악화 등의 악재로부터 인덱스 펀드 투자는 자유롭습니다.

이런 원리로 인해 충분히 잘 “분산”된 시장을 추종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인덱스펀드나 ETF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알파를 노리는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 전략을 이길 수 있으며, 근래 들어서 이러한 소위 말하는 패시브 투자방식을 선택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패시브 펀드 혹은 패시브 투자방식은 액티브 펀드에 비해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며, 장기 보유를 유도함으로써 잦은 거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매매수수료를 줄이고, 시세차익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보함으로써 양도차익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세 이연 효과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S&P500 (1973/12~2021/12)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은 과연 어떠할까요? 위의 1973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S&P500 지수의 모습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만약 73년 2월에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사서 21년 12월까지 보유했다면 자산은 약 165배가량 증가하였을 것이고, 연평균성장률로 환산해보면 매해 11.01%의 복리수익률을 거둔 셈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단지 보유만 했을 뿐인데 이런 성과라면 상당히 괜찮은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이러한 위력적인 패시브 투자를 그대로 추종하기에는 몇가지 단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지수 추종 투자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체계적인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2000년대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 등과 같은 국면에서는 아무래도 큰 폭의 시장하락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점 대비 50%가 넘는 낙폭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기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커다란 낙폭 이외에도 15~20% 정도의 조정은 아주 흔한 일이어서, 순식간에 자산의 20% 이상이 줄어드는 일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지어 아래의 그래프처럼 시계열을 늘려서 과거 대공황과 세계 2차대전 시절까지 확장해서 살펴보면 미국에서 가장 크고 비교적 우량하다고 생각되는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을 추종하는 포트폴리오도 고점대비 80%의 낙폭을 역사적으로 경험했습니다.

 

S&P500 (1921/01~2021/12) (로그차트)

S&P500 MDD(%) (1921~2021)

또한 우리가 계산한 복리수익률 11.01%도 사실은 특정 시점에서 계산한 값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서 만약 여러분이 2000년대 처음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라면 거의 2006년까지 하락과 횡보하는 수준의 처참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며, 본전을 회복하여 약간이나마 수익구간이었던 2007년을 지나 다시 한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경험하며, 2010년을 지날 때까지 사실상 큰 하락장만 두차례 겪고 자산은 본전인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즉 10년 간 인덱스 투자를 수행하고자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서 성실하게 보유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역시 심리적으로 투자를 제대로 꾸준히 이어나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결코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바로 아래의 그래프입니다. 

S&P500 Rolling Returns (10Y)

이 그래프는 지난 1921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S&P500에 10년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월별로 연속적으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S&P500에 10년 동안 투자를 하면 평균적으로 약 3배에 가깝게 자산의 키울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2%) 그러나 이 그래프에서 시사하는 바는 바로 10년을 투자해서 이익은 커녕 매우 저조한 성과나 혹은 도리어 심하게 손실을 보는 구간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대공황 직전에 무작정 사서 보유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10년 후 자산의 40%가 줄어 있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비교적 가까운 시기인 닷컴버블 직전에 전략을 시작한 사람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창인 시기 10년에 걸쳐 투자를 했지만 전자산의 30%가 줄어 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을 고려한 계산한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P500 Rolling Returns (10Y) (실질수익률)

실질수익률을 고려한 위의 그래프를 보면 과거 대공황시절 보다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70년대 중후반과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의 절정이던 09년 시기의 성과가 더 눈에 띕니다. 이런 시기와 맞물려서 그 이전 10년간 인덱스 투자를 해왔던 이들이 있었다면 아마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10여년간 S&P500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무지성으로 인덱스 펀드 투자를 하면 된다는 식의 믿음이 팽배해져 있는데 수십년 동안의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 단지 운이 좋은 한 때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덱스 투자를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당신은 실제로 특정 개별 종목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지, 투자하고자 하는 특정 국가를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의 대표지수들이 모두 미국과 같이 아름다운 우상향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KOSDAQ, FTSE MIB, 중국 상해지수 (1998/01~2021/11)

위의 그래프는 98년 1월부터 21년 11월까지의 한국의 KOSDAQ 지수,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 중국 상해종합지수 그래프입니다. 세 나라의 지수 모두 23년간 횡보 또는 하락했으며, 우상향과는 매우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특히 한국의 KOSDAQ과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닷컴버블에 기록한 지수 최고치를 여전히 경신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23년 전 첫 투자금보다도 아직 손실구간입니다. 23년을 투자했는데 거의 본전 혹은 대부분 손실인 셈이지요. 중국의 경우도 베이징 올림픽 전에 지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큰 낙폭이 있었고 이후 거의 횡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닛케이지수 (1986/01~2021/11)

일본 닛케이지수 MDD (1986/01~2021/11)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86년 1월을 기점으로 하는 위의 그래프를 보면 89년 12월에 기록한 지수최고치를 경신하신 한 이후 어마어마한 낙폭을 보였고, 최근에 많이 주가가 올라온 상태이지만 여전히 우상향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인덱스 투자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장기 우상향이 회의적인 자산군에 무작정 장기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Buy the dip을 외치면서 낙폭마다 무작정 매수하는 전략으로 이런 시장에서 대응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투자도 개별종목 투자 못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큰 낙폭과 기나긴 횡보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장기 우상향이 불확실한 경우의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시장수익을 추종하는 인덱스 전략 역시 결코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으며, 상당 부분은 시작시점에 따라 수익의 성과가 결정되는 또한 있어서 생각 이상으로 운이 매우 강한 요소로 좌우되는 투자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인덱스 투자수익을 장기적으로 이겨서 성공적인 알파 수익을 거두는 액티브 펀드 또한 매우 극소수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결국 투자를 통해 성공하기는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P500을 꾸준히 사서 보유하는 전략의 이러한 허와 실을 자세히 알고 투자에 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칼럼은 작성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투자 인사이트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