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가치투자가 나쁘다 혹은 안 된다고 주장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가치투자가 안 되는 방식이라면 그것으로 성공한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허망한 소리일 것입니다.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 중 한명인 워렌버핏부터 가치투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치 투자에 대해서 조금이라고 공부를 해보신 분이라면 결국 가치투자의 핵심은 ‘안전마진’과 ‘기업내재가치분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가치투자자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보면 위의 두 가지 요소 중 기업분석도 중요하지만 대체로 안전마진에 방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담배꽁초 투자 방식인데, 마치 남아 있는 꽁초의 한모금을 빨고 버리듯이 기업의 내재가치에 대비하여 정말 확실하게 싸다고 생각되는 것을 할인된 가격에 사서 정상가 정도 부근이 되면 매도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렇게 저평가 된 상태로 거래가 되는 기업에는 다 어느 정도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장기 보유 방식은 적합한 투자 방식이 아닐 것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제자인 워렌버핏도 초창기에는 이러한 투자를 지속했으나 이후 운용자금도 커지고 그의 유명한 투자 동반자,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여기서 좀 더 확장하여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방식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훌륭한 기업을 정말 완벽하게 안전마진을 확보해서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고 매년 성장하는 내재가치를 고려하여 현재의 가격이 적정가라면 그 또한 괜찮은 투자방법일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담배꽁초 투자보다 많은 ‘예측’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휼륭한 기업은 어떤 기업이며, 어떤 방법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글을 보시는 각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판단하는 방식이 있으시겠지만 단순히 높은 ROE 이상으로 좋은 기업이라 하면 훌륭한 비지니스를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은 기업이 어떻게 현금을 벌어들이고, 이것을 이용해서 계속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그리고 그 기업의 사업 모델이 앞으로도 유망하고 지속가능한지, 오너의 일탈과 같은 예상치 못한 개별기업 리스크는 없는지 등을 판단하려는 게 주 목적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좋다고 생각하고 높은 ROE를 유지하던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었을 때 이것이 일시적인 문제인지, 시장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면서 이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닌지 등등도 중간에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기업환경 속에서 영속성을 유지할만한 비지니스를 하는 기업은 아마 정말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업을 평가하고 고르는 과정에서 최선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게 모든 사람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일차적인 어려움입니다.

일차적인 어려움은 요새 굉장히 좋은 책도 있고, 강의도 있고, 심지어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구하고, 정보를 얻기도 쉬운 환경이라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판단해서 매수한 주식이 꼭 반드시 성과가 좋을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을 것입니다. 시장에서의 가격 평가는 별로 이성적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것을 좋은 투자 기회로 볼 수도 있지만 변동성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리스크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더라도 한 50% 정도 낙폭을 맞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닌데 내가 매입한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정가에 매수한 분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 이러한 변동성에 대한 단순히 심리적인 각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내에서 리스크가 관리가 되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차적인 어려움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있기에 가치투자방식이 여전히 시장 이상의 프리미엄 수익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투자도 자신에게 잘 맞고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누구는 가게 차려서 운영이 잘 되지만, 내가 차린 가게는 잘 안 될 수 있듯이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능력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 능력차가 처음에는 잘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생존한 대가라는 형태로 검증됩니다. 아주 가혹한 시장일수록 살아남은 대가들은 빛이 날 것이지만 그 이면에 몰락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 또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생존에는 ‘운’이라는 요소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잘 모르면 시장전체를 사는 인덱스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고 워렌 버핏도 강조하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결국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L&B팀에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치 투자 방식도 그 중 하나로서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그것에 국한되지 않은 이 시장에서의 생존하고 수익을 거두는 어떤 방식일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 모두 그러한 투자의 성배를 찾는데 이 글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