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해서 돈 벌기 정말 어려운 이유 – 당신은 생존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앞서서 “투자는 절대로 장난이 아니다” 칼럼에서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시장 속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몇 가지 예시를 다시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건강한 신체를 가꾸기 위해 체중감량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이를 위해 세운 적절한 식이조절과 운동 등의 계획이 적절하다면 이것을 꾸준히 실천하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타고난 유전적 요소와 본인의 생활환경, 그리고 음식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에 따라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고, 체중감량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과정에 도달하는데 있어서 어떤 외부적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옆집 순이가 체중감량을 같이 한다고 해서 내 체중감량의 성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번에는 시험 성적을 올려서 좋은 등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성적을 올린다는 목표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다른 어떤 활동보다 학업을 우선시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만한 적절한 학습패턴을 반복하면 적어도 이전보다는 좋은 성과를 거둘 확률이 올라갈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체중감량과는 달리 외부변수가 나의 성적에 영향을 어느 정도 줄 수 있습니다. 내 학습계획과 노력과 무관하게 성적은 어디까지나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나 이외의 다른 학생들의 상태라는 변수가 있으며,  또 그 날의 운과 컨디션 등에 따라 준비한 곳에서 문제가 많이 출제되거나 몇 개 찍었는데 더 맞았더거나 하는 식의 변수 또한 등수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더 우수한 교육과정과 선생님, 학부모의 지원, 계속해서 변화하는 입시 시스템 등에 따라 나의 ‘실력’과 무관하게 성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투자’라는 행위는 어떨까요? 투자라는 행위는 그 자체는 매우 간단하기 이를데 없고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시장은 상승 아니면 하락이고, 이 게임의 규칙은 매수 아니면 매도 이기 때문에 홀짝게임처럼 이해하기 쉽고 실행하는데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거나 제한된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중감량이나 성적올리기보다 쉽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노력과 연구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바는 현저히 적으며, 나의 성과는 시장의 성과와 방향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운’이라는 요소가 너무나 강력하게 작용하는 게임이 바로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최대한 이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고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고자 하지만 이는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의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복잡계(Complex System)”의 속성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기서 복잡계는 혼돈, 또는 “카오스(chaos)”라는 말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 ‘카오스’는 해당 시스템을 아무리 정밀하게 관찰하고 어떤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특정한 패턴이나 법칙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복잡계는 일정 부분 의미있는 패턴이나 나름의 일관된 원리와 원칙이 발견되고 이것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한데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나 사건들이 독립적이지 않으며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받고, 그러한 상호작용이 다시 되먹임(feedback)을 일으키면서 본질적으로 모델링이 불가능해지는 특성을 나타냅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되먹임 고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원인이 결과가 되고 다시 결과가 원인이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고 진화해가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계산해서 예측하는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장 움직임을 이해해보자면 늘상 원인과 결과가 상호작용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폭락이나, 유래없는 대호황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그 전조 증상을 찾는 행위, 혹은 표준모델에 의거하여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하고자 하는 시도는 모두 무의미하며 심지어 잘못된 예측은 꽤나 위험하기까지 합니다.그렇다고 시장의 움직임이 완전히 랜덤하게 움직이며, 어떠한 원칙도 없는 카오스의 상태인 것은 아닌 것이 바로 시장 움직임의 강도와 빈도 사이에는 어떠한 규칙성이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의 상승과 하락의 시점을 정확히 예견할만한 전조 증상이나 원인 등을 찾기는 어렵지만 시장 움직임의 강도와 빈도 사이에는 어느 정도 일관된 통계적인 유의성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어떠한 통계적 분포를 설명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정규분포모델은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굉장히 큰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표본을 이루는 요소나 사건들이 독립적일 경우에만 정규분포확률은 성립하는데 복잡계의 속성을 지닌 시장의 움직임은 서로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학교 학생들의 신장(키)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이유는 신장에 관한 한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 뿐더러(옆 친구 키가 크다고 내가 키가 커지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학생 한 명이 표본에 추가될 때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은 학생들 모두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개별 사건들이 상호작용을 벌이는 네트워크의 일부인 것과 동시에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월등할 수 있는 상황(특정한 사건이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더 많이 상호작용의 결과를 만들어냄)이라면 정규분포로 이러한 현실을 올바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시장 수익률의 분포는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고, 특히 양극단 값이 훨씬 자주 출몰하는 팻테일 현상을 나타냅니다.

블룸버그 글로벌 애그리거트 인덱스 (전세계 주요 24개국의 국채 및 투자등급 회사패를 모두 망라한 채권종합지수)
S&P500 일간수익률의 실제 분포와 정규분포의 차이 (높은 첨도와 좌우 뚱뚱한 꼬리가 눈에 띕니다. 이러한 분포를 급첨 분포라고 합니다.)

즉 정규분포에서 가정하는 것보다 극단적인 시세 변동이 실제 시장에서는 훨씬 더 자주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1987년 블랙먼데이 사건 같은 경우는 정규 분포대로면 7000년에 1번 정도 나타나야 하는 아주 희귀한 사건이었지만 고작 100년 남짓한 시간 안에 등장한 것이 단지 운이 정말 없어서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우 지수와 같은 개별주가 아닌 전체 시장 지수조차 전통적인 정규 분포에서 예상한 것보다 급격한 시세 변동이 2000배 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나심 탈레브는 이러한 극단적인 사건들을 ‘블랙스완’이라는 용어로 비유했습니다. 마치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전까지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생각했듯이, ‘블랙스완’으로 비유되는 사건은 분명히 과거의 경험으로는 존재할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극도로 낮은 확률의 사건이기에 발생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일단 발생하고 나면 극심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아예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기까지 합니다.

새 이름 자체가 '백조(白鳥)'인데 '검은 백조'라는 명명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우리는 실제 투자 현실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규분포보다 훨씬 더 자주 블랙스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즉, 대략 평균값 근처에서 대부분의 시장 움직임이 있으며, 어쩌다 한번 발생하는 특이 사건이 있다고 인식하기 보다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자주, 그리고 어쩌면 반드시  ‘블랙스완’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두어야 합니다. 앞서서 이야기 했듯이 시장은 복잡계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블랙스완’의 발생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특별한 사건의 발생빈도와 강도를 설명해주는 유의미한 통계적인 사실이 관찰됩니다. 아래의 그래프들을 먼저 살펴봐주세요.

위의 그래프는 S&P500의 지난 1928년부터 2022년 5월까지의 일간수익률을 히스토그램으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일간수익률을 양의 수익률과 음의 수익률로 나눈 다음 각각의 구간별 빈도수를 히스토그램으로 나타내고, 이를 잘 반영하는 추세선을 함께 표시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추세선의 그래프가 멱함수의 형태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멱함수의 개념이 좀 많이 생소하신 분들이 있을텐데 멱함수는 흔히 ‘POWER LAW’라고 하며 y=axⁿ 형태의 거듭제곱 함수를 말합니다. y=ax같이 선형적 관계가 아니고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특징이며, 세균들의 번식이나 지진, 산불 등의 자연 현상이나 지금은 좀 퇴색되었지만 한동안 회자되었던 반도체 업계에서 무어의 법칙 등이 이러한 멱함수 그래프를 따른다고 보면 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시면 S&P500 일간 수익률의 구간별 발생빈도를 설명하는 추세선의 공식도 y=axⁿ 형태의 멱함수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의 R제곱값이 거의 1에 근접한다는 것을 토대로 볼 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정규분포가 아닌 멱함수 분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양극단값으로 갈수록 그러하며, 만약 미국 S&P500 기업들의 개별적인 주가 움직임들을 각각 취합해서 같은 방식으로 그래프를 그렸다면 좀 더 확실한 멱함수 분포를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양쪽 꼬리 부분에서 멱함수를 따른다는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몇 가지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먼저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듯이 시장은 완전한 랜덤워크로 움직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즉, 완전한 카오스가 아닌 복잡계 속성을 띄고 있습니다.) 만약 시장이 랜덤워크를 따른다면 시장의 수익률은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지만, 멱함수 분포를 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생각보다 극단적인 값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규분포 대비 멱함수분포의 극단값의 발생빈도가 꼬리값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비율이 작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팻테일 혹은 블랙스완 등의 사건을 보다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규분포확률의 예측으로는 시장이 하루에 6% 이상 떨어질 확률은 0.0000987% 정도에 불과하여 사실상 4000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한 수준의 일이라는 의미이지만 실제 발생빈도는 0.2% 정도로 이는 2년에 한번 정도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2000배는 더 자주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평균과 표준편차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확률로 추산해 볼 수 있는 정규분포와 달리 우리가 멱함수 분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작은 가격의 움직임이 더 많이 자주 일어나고 (보시다시피 -1%~1% 사이의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큰 가격의 움직임은 드물게 일어난다는 사실 뿐이며 이를 통해 어떠한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양극단의 값이 존재하기 때문에 평균은 별다른 의미가 없고, 표준편차는 사실상 무한대로 귀결됩니다. 즉, 어떤 분포의 형태가 멱함수의 형태를 나타낸다면 정상적이거나 전형적인 값이 없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정규분포를 따르는 키를 다시 예로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50cm~2m의 키를 가지고 있으며, 대략적인 평균값과 표준편차 값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만약 사람의 키가 멱함수 분포를 따른다면 제일 키가 큰 사람은 63빌딩만큼 크고, 그 다음 키를 가진 사람이 아파트 정도의 높이만큼 클 것이며, 그 다음 키를 가진 사람은 아파트 앞의 키 큰 나무 정도의 키를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볼펜 정도의 키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분포값들의 평균이 4m 정도라고 계산이 나왔다고 한들 이 분포 집단의 어떠한 점도 대변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헷갈릴 수가 있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 큰 것이 드물다는 의미가 큰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큰 사건일수록 드물다라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큰 사건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봐도 좋다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정규분포 가정이라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 멱함수 분포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확률로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큰 움직임일수록 발생빈도는 멱함수 패턴에 따라 줄어들 것이긴 하겠지만 정규분포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큰 가격 움직임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블랙스완은 따라서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자주..)

Ladder&Bridge의 칼럼은 항상 검증된 주장과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상의 주장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Ladder&Bridge 팀만의 비약적인 주장 또한 아닙니다. 경제물리학의 대부 유진 스탠리(Eugene Stanley)가 보스턴 대학의 동료 물리학자들과 함께 1999년에 발표한 논문 “Scaling of the distribution of price fluctuations of individual companies (개별기업의 가격변동분포 스케일링)”에서 미국의 1천 개 기업에 대한 2년간(1994~1995)의 5분 데이터와 16,000개 기업에 대한 35년간(1962~1996)의 일간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수익률 분포가 팻테일과 멱함수 분포를 보인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위의 그림이 바로 이 논문입니다.) 이보다 더 앞선 1963년 망델브로는 “The Variation of Certain Speculative Prices (투기적 가격의 변동성)”이라는 전설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논문에서 바로 수익률의 분포가(논문에서는 면화의 가격 수익률) 정규분포가 아닌 팻테일 현상을 나타나는 급첨분포이며, 수익률 분포의 꼬리 영역에서 멱함수 법칙이 나타난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했으며,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이미 1900년 중반부부터 주장되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재현되고 있는 시장의 아주 주요한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망델브로의 이 논문은 정말로 중요한 논문이며, 효율적 시장 가설을 부정하며, 시장을 이기는 투자방법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줍니다.

글이 좀 복잡해져서 핵심만 다시 요약해보겠습니다.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은 나 자신의 실력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더 많이 영향을 받기에, 이것은 실력보다는 운의 요소가 투자 성과에 많이 개입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장의 움직임은 완전히 무작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기대하는 정규분포를 따르지는 않으며,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나 사건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사건의 특별한 원인을 찾거나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주 극단적인 시세 변화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며, 이것은 멱함수 분포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은 현재 역대와 비교해보아도 유래없이 긴 강세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최근에 많이 악화된 시장 상황을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비교적 주식 시장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왔고, 크나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좀 이른 타이밍에, 그리고 좀 더 자주 시장에 개입하는 듯한 정책을 십수년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연준의 역할이고 성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지난 십여년간 미국 시장은 아주 심각한 큰 위기는 없이 코로나 악재 등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위의 차트를 보면 미국 시장은 역대 가장 긴 강세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어 이것이 주가에 반영이 된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연준이 발행한 천문적인 유동성이 시장의 낙폭을 떠받치고 가격을 밀어올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수차례 강조했듯이 복잡계에 해당되는 시장의 속성 상 우리는 지금의 시기가 이러한 연준 정책에서 비롯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지금의 상황이 블랙스완이나 대공황에 비견될만한 위기의 초입단계인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앞으로 그것들이 무엇 때문에 발생할지,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하락을 마치고 반등을 앞두고 있는 시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연준이 시장의 작은 위기들에도 너무 자주 적극적으로 개입한 탓에 시장의 위기가 미뤄져왔던 것이라면, 미뤄왔던만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규모의 위기로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발과 패턴”의 저자 마크 뷰캐넌은 위기가 발생하는 임계상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도리어 종래에는 ‘초임계’ 상태를 불러와서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전형적인 예시로 미국 옐로스톤의 산불을 들고 있는데, 미국 옐로스톤은 원래도 건조한 날씨나 낙뢰 등으로 인해 작은 산불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1886년에 무려 15,000 에이커를 태운 큰 산불 이래로 미국 산림청은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간에 모든 산불을 조기에 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원천봉쇄 정책으로 인해 모든 작은 산불들이 조기에 진압되면서 원래 사라졌어야 할 산림들이 더 풍성해지는 효과를 거둬 긍정적인 것으로 처음에는 평가받게 됩니다. 그런데 1988년 대수롭지 않은 작은 산불이 발생했고, 늘 하던대로 초기에 산불 진압을 완료하고 산림청은 현장을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발견되지 못한 작은 불씨가 다시 살아났고 이번에는 급속도로 퍼져서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는데 자그마치 150만 에이커를 태우고서야 진압이 되었습니다. 2019년도에 우리나라 속초와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면적이 약4,340에이커였음을 생각해볼 때 150만 에이커의 피해면적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가에 대하여 마크 뷰캐넌은 이전에 발생했던 작은 산불들이 비록 산림에 어느 정도 피해를 주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지 않게끔 하고, 죽은 나무와 잔가지들, 풀과 낙엽 등이 쌓이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해주었는데,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해 이러한 순환이 사라지게 된 점을 지적합니다. 산불이 나지 않으면서 산림은 점점 울창해지고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서게 되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불에 탈 수 있는 연료(잔가지, 낙엽 등등)가 숲에 그대로 쌓이고 오랜세월 동안 퇴적된 탓에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대규모 산불을 유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산불도 멱분포를 따르는 전형적인 자연현상임을 생각해볼 때 1에이커를 태우는 산불이 1년에 10번 발생한다면, 10에이커를 태우는 산불은 1년에 1번 정도 일어나는 빈도로 발생할 것입니다. 이 추세를 따르면 100에이커를 태우는 산불은 당연히 10년에 1번 정도 일어나는 사건이며, 10,000 에이커를 태우는 산불은 1,000년에 한번 일어나는 정도의 빈도를 지닐 것입니다. 1988년에 발생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큰 규모의 산불은 멱함수 분포에 따르면 십오만년에 1번 일어날까말까한 산불인데도 불구하고, 1886년 1,500년에 한번 일어날만한 대형산불이 일어난지 불과 100년 남짓 지난 시간 만에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임계상태가 초임계상태가 될 때까지 지연되었고 결국에는 더 큰 재앙의 형태로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다시 이상의 교훈을 연준의 정책과 경제환경에 비춰보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여 한계기업의 파산을 인위적으로 늦추고 조절하는 행위는 연쇄부도와 기업 파산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임계치를 조절하여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더 큰 불황과 침체를 언젠가 불러올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그것이 언제 어떤 트리거에 의해 발생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인위적으로 임계치를 조정해서 초임계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앙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앞의 산불 발생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연도별 수익률(%) (1901~2020)

위의 차트는 S&P500의 19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간수익률을 나타낸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차트에서 대부분 시장은 장기적으로 상승하고, 2년 연속 하락하는 일은 드물다고 희망과 낙관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너무 지나치게 시장이 과열되면 어김없이 어마어마한 낙폭이 생기고, 한번씩 발생하는 낙폭의 크기와 회복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경계할 것입니다. 
L&B팀은 시장을 바라보는 어떤 특정 관점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시장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대비하고 이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서 줄곧 이야기해왔던 블랙스완이나 팻테일 등의 이야기는 반드시 자산 시장의 하락 구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자산의 상승국면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는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의 블랙스완이 등장하면 그 혜택은 누리면서, 재앙과도 같은 부정적인 블랙스완이 닥쳤을 때는 최대한 손실을 제한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데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왜나하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의 성과는 단 며칠에 불과한 이러한 극단적인 시세변동이 나타나는 시기에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펀드 회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지난 15년 동안 독일 증권 시장에 투자했던 사람은 평균적으로 매년 약 7%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간 중 최적의 투자 시기로 평가되는 10일을 놓친 사람은 평균 1.7% 수익만 올렸고, 40일을 놓친 사람은 평균 8%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전세계 증권 시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는데 15년 내내 투자한 사람은 매년 약 6%의 수익을 올렸고, 최적의 투자 시기로 평가받는 10일을 놓친 사람은 겨우 2%의 수익을 올렸으며, 40일을 놓친 사람은 4%의 손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글의 주제였던 투자해서 돈벌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결론을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투자라는 행위를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는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운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긴 글에서 줄곧 언급하고 있는 모든 내용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더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얼마든지 몇 년 간은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은 리스크에 노출된 수없이 많은 포트폴리오와 전략들이 지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이 시장에서 패배하고 사라졌을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L&B 팀은 이번 칼럼의 내용을 통해 여러분께서 시장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블랙스완의 등장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복잡계인 시장의 속성을 고려하여 예측에 힘쓰지 마시고, 확률적 우위와 리스크 관리에 힘을 쓰시고, 운의 요소가 크다는 것을 이해하셨다면 단기적 결과보다는 장기적 시각을 견지하시기를, 그리고 이런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로 여러분의 자산을 불려나가길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