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또다른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과 관련된 일화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화의 주인공은 조셉 재거(Joseph Jagger)라는 인물로 1830년 영국 쉘프 콕 힐에서 태어난 인물로 후에 처음에는 요크셔의 방직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20세 때 이미 결혼하여 슬하에 4명의 자녀(2남 2녀)를 두었는데 이런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조셉 재거는 부단히 노력하여 30세 즈음에는 섬유 산업에서 나름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재거의 가족들은 더 부유한 지역으로 이사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동안 사업을 꾸려나가던 그는 몇 번의 실수로 어느 순간 파산에 직면했고, 재거는 다시 저임금 일자리로 돌아가야 했고, 그의 가족은 다시 고향으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운한 사건은 조셉 재거가 몬테카를로의 기적을 만들어 낼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타파할까 고심하다가 한가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 됩니다. 그는 방직 공장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완벽하게 균형잡힌 물레(spinnig wheel)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조금씩 약간의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계에 아주 튼튼한 부품을 끼워도 언젠가는 마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의 룰렛 기계에도 이러한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만약 룰렛 휠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면 편향없이 각 숫자에 구슬이 떨어지겠지만, 균형을 잃은 룰렛 휠이 있다면 특정 숫자에 편향되게 구슬이 떨어질 것입니다. 조셉 재거가 할일은 이런 편향된 휠을 가진 룰렛을 찾아 그 룰렛에서 더 많이 나오는 숫자들에 베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880년 그와 그의 장남 알프레드(Alfred)는 그의 조카 Oates Jagger 와 함께 친구와 가족에게서 빌린 돈으로 몬테카를로로 향합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도박 행위가 불법이었으며, 마땅히 룰렛 게임을 할 곳을 못 찾은 그가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를 선택한 것은 일견 당연해보이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유럽의 진짜 찐부자들만의 놀이터였던 몬테카를로를 찾아가는 장거리 여행은 굉장히 고단하고 비용적으로도 여건 상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몬테카를로에 도착한 그는 카지노에 있는 룰렛마다 사람을 1명씩 고용하여 룰렛의 결과를 조사해오게끔 합니다. (당시 총 6대의 룰렛 테이블이 있었고, 6명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재거는 이들이 데이터를 모아오면 매일 밤 그 결과를 분석했는데 6일째 밤이 되는 날 그는 1개의 룰렛 테이블에서 자신에 세운 가정에 부합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룰렛 기계는 7, 8, 9, 17, 18, 19, 22, 28, 29 총 9개의 숫자가 유독 많이 나오는 기계 였습니다. 그리고 7일째부터 그는 드디어 승부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그는 4일간 어마어마한 돈을 카지노를 상대로 긁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카지노 측에서는 조셉 재거에게 무언가 특별한 비밀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카지노 측은 우선 룰렛 테이블의 위치를 서로 바꾸게 됩니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어서 조셉 재거는 앞선 4일 간 땄던 돈을 잃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상황이 달라졌음을 깨달은 조셉 재거는 곰곰히 생각한 끝에 자신이 계속 승부를 걸었던 룰렛 휠에 작은 움푹 들어간 흠이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카지노 측에서 룰렛 테이블의 위치를 바꾸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기계적 결함이 있는 룰렛 테이블을 찾은 그는 이전과 같이 계속 돈을 따게 됩니다.
카지노 측에서도 이제 그의 비결은 특정 룰렛 휠과 관련있음을 깨닫고, 조셉 재거가 영원히 같은 수법을 쓰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그것은 매일 밤 룰렛의 숫자의 위치를 바꾸는 방식을 취한 것이었습니다. 조셉 재거는 카지노 측이 새로운 조치를 취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자신의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한 채 더이상의 게임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 때 조셉 재거는 수중에는 당시에 80,000파운드가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가치로 환산해보면 2018년 기준 740만 파운드에 달합니다. (2022년 11월 현재 환율로 거의 12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조셉 재거는 이후에도 자신이 성과에 취해서 방탕한 삶을 택하지 않고, 계속해서 현명하고 건실한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특별히 사치스러운 물건을 사들이지 않고 몬테카를로에서 거둔 수익으로 자신이 살 집과 함께, 집 근처 근교에 여러 채의 주택과 땅 등의 부동산에 투자한 그는 이후 죽을 때까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