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의 오류 (때때로 현실은 믿기 힘든 우연이 일어난다.)
이번 칼럼은 몬테카를로에서 실제로 일어난 두 가지 극명한 사건들을 비교해서 보여드리면서 래더앤브릿지가 생각하는 투자의 정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조셉 재거는 래더앤브릿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전략가이며, 지금도 정신적인 롤모델 중 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해외여행이 많이 보편화된 요즘과 같은 시대이지만 몬테카를로라는 도시 이름은 낯설게 느끼시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라는 작은 나라에 있는 도시 이름이며 카지노와 관광명소로 매우 유명한 곳입니다. 호화로운 요트가 정박해 있고, 슈퍼카들이 즐비한 이 도시는 전세계의 부자들이 자주 찾고 머무는 곳이며, 이곳의 명성은 이미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공계 쪽 분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 유명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몬테카를로가 여기서 따온 이름이 맞습니다.

몬테카를로는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관광 도시이고, 카지노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카지노와 관련된 전설같은 재미난 일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룰렛과 관련된 극명한 2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룰렛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위의 그림과 같이 회전하는 휠 위에 어떤 자리에 구슬이 어디 들어가는지 맞추는 게임이며, 내기를 거는 방식은 특정 숫자를 맞추거나 높은수 낮은수를 맞추거나 홀짝을 맞추거나 색깔을 맞추거나 하는 방식 등으로 이루어지며 배당은 자신이 걸었던 방식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규칙이 너무나 간단하고 쉽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게임이며, 자세한 배당방식 및 베팅 전략 등은 여기서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은 “링크“에 가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대략 이 정도 설명만 들어도 특정 숫자를 맞추기는 어려워도 홀짝이나 검빨의 색깔 맞추는 방식은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드실텐데요, 실제로 운에 따라 몇 번 정도는 플레이어가 따는 경우가 제법 많기 때문에 많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나 초보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베팅 전략입니다. (그러나 룰렛 역시 당연히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도박’이기 때문에 많은 시행횟수를 가질수록 카지노가 이기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일화를 들으시면 확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도박에 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1913년 8월 18일 몬테카를로의 보자르 카지노에서는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룰렛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한 테이블에서 놀랍게도 20번이나 연속으로 검은색 칸에 구슬이 떨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대여섯번도 아니고 20번이나 넘게 같은 색 칸에 구슬이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조작이 아닌 이상 이제는 붉은색 칸으로 구슬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고 확실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붉은색에 돈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시 구슬은 검은색 칸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제는 진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붉은색 칸에 돈을 걸었고, 심지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구슬은 여지없이 다시 검은색 칸에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때마다 이번만큼은 다를거야 라는 생각으로 계속 붉은색 칸에 돈을 걸었고 결국 27번째에 가서야 구슬은 붉은색 칸에 떨어졌지만 그 때는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십억원을 날린 뒤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확률적으로 독립인 사건에 대해, 이전 사건의 발생 확률에 근거하여 다음 번에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도박사의 오류”, “몬테카를로 오류”, “기회의 숙성 오류”라고 말합니다. 이 예시의 사례가 예전이고 굉장히 극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도박사의 오류”로 인한 문제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확률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무의식에 내재된 잘못된 편향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비슷한 예는 매우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계속 딸을 연속으로 낳았으니 다음 번에는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라든지, 주식이 며칠 계속 떨어졌으니 오늘은 이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라든지, 여태까지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으니 이제는 한번쯤 당첨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식이라든지 등과 같은 사례 모두 동일한 오류입니다.
“도박사의 오류”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반대의 오류가 있는데 “뜨거운 손 오류”라고 합니다. 농구 경기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뜨거운 손(hot hand)에 대해서 익숙하실 것입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하는 슛감이 좋은 선수의 상태를 우리는 흔히 뜨거운 손(hot hand) 상태라고 하고, 앞으로도 계속 슛을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오류입니다. 한번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성공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이런 믿음은 스포츠 세계에서는 매우 흔히 나타나는 인지 편향이며, 본질적으로 앞서 말한, “도박사의 오류”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스포츠 세계 뿐만 아니라 로또 명당에 가서 줄을 서서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 이면이나 몇 분기 동안 계속해서 치솟는 회사의 이익률을 보면서 그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에는 뜨거운 손 오류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에 발표된 논문 “뜨거운 손 오류와 도박사의 오류 : 주관적 무작위성의 양면성 (The Hot Hand Fallacy and the Gambler’s Fallacy: Two faces of Subjective Randomness?)”에서는 인간이 개입하기 어려운 자연법칙과 유사한 현상을 접할 때는 도박사의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현상이 일어나는 방식이 인간의 의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쉽다면 뜨거운 손 오류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로지 운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있을까, 찰스 웰스 일대기

앞서 말했던 기이할 정도의 확률을 통해 카지노에서 승리한 사례는 없었을까요? 찰스 웰스(Charles Wells)라는 인물의 일화에서 우리는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841년 허트포드셔 브록스본에서 태어난 그는 가족과 함께 어린 시절에 프랑스로 이사를 하여 교회에서 교육을 받았고, 이후 반듯하게 자란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공학 학위까지 받게 됩니다. 이후 그는 프랑스 마르세유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선박의 프로펠러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개발하여 5,000프랑(당시 연봉의 5배)에 판매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돈을 갑자기 벌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인지 그는 이 때쯤부터 자주 카지노를 들락거리게 되었고, 금새 도박에 중독되어 돈을 다 날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그의 삶은 범죄와 사기로 점철되게 되는데, 그의 첫번째 범죄는 바로 당시에 한창 붐이 일고 있었던 철도건설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이렇게 투자받은 돈을 그대로 들고 달아나 버립니다. 그렇게 큰 돈을 들고 달아났지만 그는 이 돈마저 도박에 탕진해버리고 이후 나중에 파리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됩니다. 이후 영국으로 자신의 거처를 옮긴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이 발명품으로 돈을 벌었던 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새로운 발명품에 투자하도록 사람들을 권유하고, 그 돈을 그대로 방탕한 자신의 삶에 쏟아버리는 삶을 반복하는 질나쁜 사기꾼의 삶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범죄자였던 그의 명성이 높아진 계기는 바로 1891년 7월 그가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카지노에는 룰렛 테이블에는 십만프랑의 현금이 쌓여져 있었고, 만약 누군가 이 십만프랑 이상의 금액을 카지노를 상대로 승리하게 되면, 카지노 측은 이 금액 이상의 필요한 돈은 금고에서 가져와야 했기에 “은행(카지노)을 파산시켰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찰스 웰스는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으로 단 하룻밤에 무려 10번도 넘게 “은행을 파산시켰으며” 100만 프랑에 가까운 금액을 거머쥐었다고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30번의 스핀 중 무려 23번이나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도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런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다시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그는 역시 룰렛으로 5번 연속 숫자 5에 베팅해서 승부를 성공시키는 등 3일간 역시 100만 프랑을 벌 수 있었는데, 그의 과거 행적이 워낙 좋지 않은 사기로 점철된 인생이었기에 카지노 측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떤 특별한 사기를 쳤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찰스 웰스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만의 특별한 무오한 시스템을 개발하여 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후 1892년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10만프랑이나 잃었으며, 이후에 다시는 이러한 도박에서 그가 성공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그냥 단순히 엄청나게 운이 좋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가 몬테카를로에서 겪은 성공은 이후에도 다양한 책이나 음악, 뮤지컬 등의 소재로도 활용되었고, 죽을 때까지 그는 나름 저명 인사로서 살았지만 이후의 그의 삶은 몰락의 연속이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카지노에서 번 돈으로 호화로운 요트를 사서 거의 주말마다 화려한 파티를 즐겼는데, 이 와중에 그가 과거에 저지른 23건의 사기 행적에 대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8년 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출소 이후에도 그는 사기 행각을 ‘루시아 리비에’라는 가명으로 개인은행을 설립해서 투자자들에게 연 365% 혹은 하루 1%의 이자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것은 현대에 잘 알려진 폰지사기 수법이었지만 (폰지 사기라는 말의 어원인 찰스 폰지가 이와 같은 수법의 사기를 저지르기 10년도 전에 찰스 웰스는 폰지 사기의 형태의 사기를 기획했습니다.) 불과 몇 주만에 6000명의 투자자가 200만 프랑의 돈을 예치했으며, 찰스 웰스는 이 돈을 가지고 도망가서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 거의 대부분 잃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1912년 또다시 체포된 이후 5년형을 선고받았고, 석방된 이후 몇 년 후 빈털터리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이긴 남자, 조셉 재거 일대기

이번에는 또다른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룰렛과 관련된 일화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화의 주인공은 조셉 재거(Joseph Jagger)라는 인물로 1830년 영국 쉘프 콕 힐에서 태어난 인물로 후에 처음에는 요크셔의 방직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20세 때 이미 결혼하여 슬하에 4명의 자녀(2남 2녀)를 두었는데 이런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조셉 재거는 부단히 노력하여 30세 즈음에는 섬유 산업에서 나름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재거의 가족들은 더 부유한 지역으로 이사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동안 사업을 꾸려나가던 그는 몇 번의 실수로 어느 순간 파산에 직면했고, 재거는 다시 저임금 일자리로 돌아가야 했고, 그의 가족은 다시 고향으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운한 사건은 조셉 재거가 몬테카를로의 기적을 만들어 낼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타파할까 고심하다가 한가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 됩니다. 그는 방직 공장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완벽하게 균형잡힌 물레(spinnig wheel)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조금씩 약간의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계에 아주 튼튼한 부품을 끼워도 언젠가는 마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의 룰렛 기계에도 이러한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만약 룰렛 휠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면 편향없이 각 숫자에 구슬이 떨어지겠지만, 균형을 잃은 룰렛 휠이 있다면 특정 숫자에 편향되게 구슬이 떨어질 것입니다. 조셉 재거가 할일은 이런 편향된 휠을 가진 룰렛을 찾아 그 룰렛에서 더 많이 나오는 숫자들에 베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880년 그와 그의 장남 알프레드(Alfred)는 그의 조카 Oates Jagger 와 함께 친구와 가족에게서 빌린 돈으로 몬테카를로로 향합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도박 행위가 불법이었으며, 마땅히 룰렛 게임을 할 곳을 못 찾은 그가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를 선택한 것은 일견 당연해보이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유럽의 진짜 찐부자들만의 놀이터였던 몬테카를로를 찾아가는 장거리 여행은 굉장히 고단하고 비용적으로도 여건 상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