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소개 및 저서
투자로 성공한 많은 현인들이 있지만, “켄피셔”만큼 냉철하면서 합리적인 긍정론으로 무장한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의 자산은 22년 8월을 기준으로 51억 달러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투자자 중 한 명입니다. (참고로 그의 아버지 필립피셔 역시 아주 유명한 투자자이자 저술가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라는 저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켄피셔는 저술가로서 자신의 투자철학과 관점을 명쾌하게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도 그의 책과 인터뷰 등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와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켄피셔는 지금까지도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저서도 많이 남겼는데, 실제로 그의 생각과 관점의 요체는 어느 책을 보나 혹은 인터뷰 영상을 보나 항상 한결같고 대동소이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늘 비슷한 내용으로 재탕하는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만,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변함이 없는 확고하고 믿음직한 투자철학을 줄곧 유지하고 실천해왔다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의 대표저작인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The Only Three Questions that Count)”와 “역발상 주식 투자(Beat the Crowd)”이라는 책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래더앤브릿지의 인사이트를 더한 내용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켄 피셔의 가설 - 시장은 "위대한 능멸자(The Great Humiliatior)"
책에 나온 여러가지 좋은 내용 중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켄피셔의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실험은 켄 피셔의 성품은 물론 그가 생각하는 투자철학을 단번에 이해하게 해주는 가설인데, 그것은 시장은 “위대한 능욕자(The Great Humiliator)”라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시장은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예상을 가장 많이 비웃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아주 재미있는 가설입니다. 이를테면 대다수가 올해 시장이 소폭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락을 해버린다거나, 오히려 대폭상승을 해버리는 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켄피셔는 자신의 이런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매년 12월에 <블룸버그 비지니스위크 Bloomberg BusinessWeek>나 <배런스 Barron’s> 등을 뒤져서 전문가들의 내년 시장 전망치를 조사하고 실제 시장수익률과 비교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아래의 차트는 그의 저서 “역발상 주식 투자”에 수록된 1996~2014까지의 차트들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대략 구간별로 나눠서 조사해보면 아래의 차트와 같이 대체로 종형곡선을 그리고, 시장은 이 종형곡선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구간에서 항상 벗어날 것이라는 것이 켄피셔의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시장을 예측할 때 결국은 4가지 구간으로 평가하면 된다고 보았는데 그 4가지 구간은 1.소폭상승, 2.대폭상승, 3.소폭하락, 4.대폭하락입니다. 이러한 4가지 구간을 구분하는 각각의 기준은 대략 0~20% 구간에 몰려있으면 소폭상승, 그 이상은 대폭상승, 0~-20%구간에 몰려있으면 소폭하락, 그 이하는 대폭하락을 예상하는 식으로 평가하는데 정확하게 딱 잘라서 평가하기보다는 대략 그 언저리쯤으로 평가하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켄피셔는 시장은 “위대한 능멸자”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시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전문가들 대부분이 시장의 소폭상승을 예측했다면, 소폭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소폭하락, 대폭하락, 대폭상승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간과하고 있거나 너무 과잉반응을 하는 부분들이 있는지 살펴본다면, 당연히 적중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지가 4개일 때보다 3개일 때가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정말로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시장의 움직임이 흘러간 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1996년부터 2002년까지의 실제지수 수익률은 사람들의 예측치에서 크게 벗어났는데 1996, 1997, 1998, 1999년에 전문가들은 지수의 소폭 상승을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대폭상승했습니다. 2000년에는 닷컴버블의 정점에서 낙관적인 예측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실제 지수는 하락했으며, 2001, 2002년 지속적으로 낙관적으로 예측하던 대다수를 비웃듯이 시장을 큰폭으로 하락했습니다.
2003, 2004년은 비교적 시장의 움직임이 예측과 맞아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켄피셔에 따르면 이 때부터 시장의 다른 전문가들도 이것과 비슷한 기법을 활용하여 시장에 대응하면서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5, 2006, 2007년도 제법 예측과 비슷한 움직임을 시장에서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법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시장에 알려지면 그것은 더이상 효과가 없어지는 경우는 매우 자주 발견되는 사례이긴 합니다만 2008년 이후 2014년까지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르게 시장이 흘러간 것을 보면 확률적인 문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켄피셔는 이 때부터 시장의 전문가들이 다시 집단적 사고로 돌아가면서 예전의 흐름을 다시 보여준다고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지만 19개년도 중에 5개년 정도가 예측과 비슷하게 흘러갔다고 한다면 4가지 선택지 중에서 아무거나 찍는 수준의 확률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시장의 움직임은 우리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P500 연수익률 히스토그램 (1921~2021)
위의 차트는 S&P500 연수익률을 히스토그램 차트로 나타내 본 것인데, 실제로 시장이 무난히 5~10%의 수익률을 거둔 해는 그리 많지 않으며, 생각보다 극단적인 값들이 훨씬 자주 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투자에 임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시장의 큰 변동성에 놀라거나 섣부른 예측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서 다른 여러 칼럼들에서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특히, 나의 통제와 무관한 확률 게임에 가까운 시장의 특징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투자해서 돈 벌기 정말 어려운 이유 – 당신은 생존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에서도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투자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953년 러시아는 수소폭탄 폭파 실험을 했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954년 경기 불황을 예측하는 움직임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그 해 S&P 500의 연수익률은 배당을 포함하여 -1.1% (배당제외시 -6.62%)로 마감했기 때문에 1954년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1954년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우지수가 300을 찍으면서 주가수준이 너무 높다고 여러 사람들이 주장했지만 그 해 수익률은 52.4%로(배당 제외시 45.02%) 100여년(1921~2021 기준) 통계 중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만약 섣불리 시장을 이탈했다면 역대급 강세장 수익률을 놓친 한 해였을 것입니다.
심지어 정부의 예측대로 경제가 흘러가도 주식시장의 움직임과는 별로 상관없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1957년 미국의 험프리 재무장관은 경기후퇴를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이에 관련하여 아이젠하워 당시 미 대통령도 동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당을 포함했음에도 1957년 S&P500의 수익률은 -10.85%를 거두었고, 심지어 1958년 미국 경기는 후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1958년 미국 S&P500은 배당까지 포함하여 43.4%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원자재 시장이 흔들린다면 어땠을까요? 1973년 1차 오일쇼크 파동의 여파(당시에 S&P500은 -14.79% 수익률 기록)가 가시기도 전에 1976 OPEC에서는 유가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더불어서 세계의 경제회복이 둔화되고 있었지만 S&P500은 배당까지 포함하면 23.67%의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1979 이란혁명과 함께 다가온 2차 오일쇼크 때도 18.35%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심지어 이 때의 물가상승률은 18%에 달했습니다. 만약 치솟는 유가와 물가를 보면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뉴스에 귀기울이며 투자를 망설였다면 어땠을까요?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자들이 파업을 하고 미국의 경제 수도가 부도가 난다면 어떨까요? 1975년 뉴욕시가 부도를 맞이하고,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었지만 그 해 S&P500 수익률은 37.25%의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1982년에는 최악의 경기침체가 닥치고 기업의 이익은 40년내 최악이었으며, 실업자들 나오고 연이은 파업이 잇따랐지만 그 해 S&P500의 21.48%의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실업률이 상승했던 1991년은 어떠했을까요? 무려 S&P500은 30.47%의 수익률을 거두었습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배했던 1996년은 어땠을까요? S&P500 22.96%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식의 예시는 얼마든지 계속해서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100여년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그에 따른 갖가지 예측과 분석이 있어왔지만 시장은 마치 정말 위대한 능멸자라는 인격이 존재라도 하듯이 그 모든 예측과 분석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여러분이 지성있는 투자자라면 시장을 예측하는 온갖 소음보다 좀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