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자산 유형의 성격 – 그래서 어떻게 투자하면 되는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달라이라마

 

앞선 ‘포트폴리오 전략이 갖추어야 할 핵심 요소 3가지‘에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곡선과 더불어 리스크를 낮추는 형태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에 관한 근본적인 배경 지식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에 앞서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 리스크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곡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의 차트는 1990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미국 S&P 500과 미국 장기 국채, 그리고 이 두 자산을 각각 6:4 비율로 배분한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수익률은 좋지만 엄청나게 변동성이 큰 미국 S&P 500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수익은 그에 못 미치는 미국 장기 국채를

단순히 6:4 비율로 보유만 했을 뿐인데

변동성과 최대 낙폭은 줄어들면서 수익은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선

99% 사람을 위한 1% 방법론‘에서 잠시 예시로 언급했듯이

주식과 채권은 대체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이면서 동시에 우상향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미국 S&P 500, 미국 국채(장기채권), 6:4 포트폴리오 연도별 수익률 (199001~201912)

위의 연도별 수익률을 보시면 주식의 성과가 부진할 때 상대적으로 장기채권이 만회하는 사례가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3가지 포트폴리오의 CAGR과 MDD입니다.

단순히 6:4로 자산을 배분했을 뿐인데 수익률은 어느 정도 보전되면서

MDD는 S&P 500 단독 포트폴리오보다 현저히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S&P 500, 미국 국채(장기채), 6:4 포트폴리오 CAGR과 MDD (199001~201912)

 

 

 

이와 같이 성격이 사뭇 다른 몇가지 자산군들의 성질을 이용하면

여러 경제 국면과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로 어떤 자산군들이 어떤 국면에서 유리하고, 그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금리의 변동에 따른 경기의 순환을 해석하는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름하여 한번쯤 들여보셨을지 모를 ‘코스톨라니의 달걀’ 입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경기의 순환 주기에 따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절한다는 점을 착안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자산 포지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는 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군에 투자를 이어나가다가

금리가 상승하여 금리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임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실물 경기는 단순히 금리에만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점,

자산의 가격이 금리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금리의 방향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이론만을 가지고 실제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당한 통찰이 담긴 모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특정 시기마다 더 잘나가는 자산군이 존재하게 되는 기본적인 원리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떤 경제 국면이라고 설명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이론들이 있고,

또한 매번 개별적인 특수성들이 언제나 존재하지만

이것을 간략화시켜서 큰 대강에 대해서만 논해보자면

경기 상황, 물가, 금리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가 나빠지고 있는가는 대체로 경제 성장이 좋아지고 있는가 나빠지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물가 역시 오르는 추세인지, 내리는 추세인지에 따라 고물가 국면과 저물가 국면으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금리는 중앙은행에서 경기와 물가의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는데,

이 두 가지 요소에 대응하되 특히 물가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고물가 상황이면 시중의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고금리 방향으로 나아가고,

저물가 상황에서는 시중의 통화량 공급을 목적으로 저금리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국은행 본관에는 ‘물가안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즉, 이 이야기를 간략화 하면, 금리는 물가에 거의 연동된다고 볼 때

경기가 성장하면서 물가는 낮은 상황,

경기가 성장하면서 물가도 높은 상황,

경기가 하락하면서 물가는 높은 상황,

경기가 하락하면서 물가도 낮은 상황,

이 4가지 상황으로 요약될 수 있고,

이러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국면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각각의 국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번째 상황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특히 저성장 국면에서  서서히 고성장이 나와주고,

물가는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국면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면으로 경기 순환상으로는 회복기 국면이고

이것이 지속되면 흔히 ‘골디락스(golilocks)’ 장세라고도 표현합니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금의 조달이 쉽고,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산군 중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이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식은 경기가 좋아지면서 자동차, IT제품, 럭셔리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임의소비재’ 섹터나

저금리로 인해 할인율이 낮아지고 성장 추세가 매력적인 ‘IT’섹터,

곧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상해서 미리 앞서서 반응하는 ‘산업재’ 섹터,

단기금리 하락에 따라 예대마진이 커지고, 대출이 서서히 늘어남에 따라 이익이 개선되는 ‘금융’섹터 등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물가가 내려가는 국면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물가와 연동해서 올라가는 ‘물가연동채’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채권 투자자라면 현재의 국면에서는 우량 기업에서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어서 두번째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경기가 고성장 국면이 유지되면서 점점 과열되어 가고,

이에 따라 늘어난 수요로 인해 물가가 점진적으로 올라가서 고물가를 형성하는 국면은

경기 순환상 호황기에 해당하고,

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고금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소위 말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장세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장세가 시작되면

고금리 상황에서 좋은 ‘예금’이나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물건을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아질테니 이에 필요한 ‘원자재’와 같은 자산이 힘을 받습니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 역시 어느 정도 괜찮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성장이 잘 나와주는 ‘IT’섹터나

앞서 말씀드린 원자재 수요와 관련하여 ‘소재’나 ‘산업재’와 같은 섹터도 각광을 받을 것이고,

서서히 생산 설비 등에 필요한 원유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섹터 들도 나름 괜찮은 성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채권 투자자라면 이 시기에는 좀 더 리스크가 큰 회사에서 발행하는  ‘하이일드 채권’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고,

반면에 고금리에 따라 가격이 많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장기채’에 대한 투자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는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정상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

만약 시중에 너무 많은 통화의 유동성이 공급되고, 이 유동성과 함께 화폐유통 속도까지 급증하게 되면

물가는 겉잡을 수 없이 오르게 되는데 이 때의 상황을 우리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런 심각한 국면이 지속되면 중앙은행과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여러 정책적 수단들이 잘 통하지 않으며, 화폐가치가 폭락하여 그야말로 종이조각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이런 시기에는 인플레이션 시기라 할지라도 도리어 ‘예금’과 같은 자산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예금을 하더라도 적어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자국통화가 아닌 외국통화로 예금을 해야 하며,

금(gold)이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 등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잠시 옆길로 샜는데 돌아와서 계속해서 세번째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과열된 국면이 점점 가라 앉으면서 경기의 성장세가 둔화되어 고성장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넘어가는데

여전히 물가는 높고, 이에 따라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경기 순환상으로는 후퇴기에 해당하고,

물가는 높은데 성장은 안 나오는 상태가 지속이 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국면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 접어들면 물가에 연동되어 수익이 보장되는 ‘물가연동채’나

고금리 상황에서 성과가 좋은 ‘예금’ 등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것이 비교적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는 주식 투자자에게는 그렇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지만

의식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반드시 소비되어야 하는 품목들과 관련된 ‘필수소비재’ 섹터,

역시 가장 근본이 될 수 밖에 없는 의료 부문과 관련된 ‘헬스케어’ 섹터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고,

역시 반드시 일정부분은 쓸 수 밖에 없는 ‘에너지’ 섹터와 경기를 거의 타지 않는 ‘유틸리티’ 섹터,

최소한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소재’섹터 부문도 일정부분 성과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채권투자자라면 경기가 꺾이면서 부도위험이 높아지는 ‘하이일드 채권’이나 ‘우량채’와 같은 채권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물가연동채’나 ‘단기채’ 등으로 갈아타면서 수익을 노리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경기가 완전히 꺾여서 저성장 국면으로 넘어가고,

이것을 반영하여, 물가는 서서히 낮아져서 저물가를 형성하고,

중앙은행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

경기 순환상으로는 침체기에 해당하고, ‘리세션(recession)’ 혹은 물가적 측면에서는 완연한 ‘디플레이션(deflation)’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채권’이 그야말로 왕으로 대접을 받으며,

특히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대수익이 많이 올라가게 된 ‘장기채’가 가장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예금’에 대한 매력도는 현저히 낮아지고,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원자재’에 같은 자산군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주식투자자라면 역시 그렇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지만

전기, 가스, 수도와 같이 거의 경기를 타지 않는 ‘유틸리티’ 섹터나

현대 사회에 와서는 생활에 필수적인 수단인 텔레콤과 관련된 ‘통신’섹터 등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고,

앞서 말했듯이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필수소비재’나 ‘헬스케어’  등의 섹터 역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영원한 겨울은 없고, 다시 봄이 찾아오고 첫번째 상황을 다시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주식’, ‘채권’, ‘원자재’, ‘예금(현금)’, ‘부동산’과 같은 자산군들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어떤 경제국면과 금리환경에서 보다 적합한지를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기와 물가에 따른 자산군 분류

 

 

 

여기까지 내용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각 자산군들마다 좀 더 성과가 좋은 시기가 있고, 이것은 그 자산군이 가진 고유한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는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정확한 경기 주기와 금리 상황에 맞는 자산군 혹은 더 나아가 자산 군 내의 세부 종목에 베팅한다.
  • 어떠한 경기와 금리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여러 자산군에 골고루 분산 투자 한다.

전자는 궁극적으로 시장 수익 이상을 추구하는 형태로

흔히 시장수익을 뜻하는 ‘베타’보다 더 나은 수익분 ‘알파’를 노리는 투자를 하는 방식입니다.

후자는 앞서서도 수차례 언급했듯이 (‘99% 사람을 위한 1% 방법론‘를 다시 한번 참고해주세요.) 대체로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면서

시장 수익률인 ‘베타’를 추종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전자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 어느 정도 경기 주기와 금리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
  • 경기 주기와 금리 상황에 따라 자산군들이 예측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준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경기 주기와 금리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가지 지표들에 대한 칼럼을 쓸 예정입니다만,

본질적으로 이와 같은 행위는 궁극적으로 ‘마켓 타이밍’을 추구하는 방향이랑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물론이고, 연간 수억달러를 쓰고 있는 기관 투자자 레벨에서도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 내재된 특정 편향성이나 비효율성을 이용해서 알파를 얻어내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는 매우 어려우며,

한 두 번은 맞출 수 있어도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포트폴리오의 기본 원칙에 충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후자의 방법을 택하여 거의 대부분의 경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주식, 채권, 원자재, 현금, 부동산 등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는 것임을

철저히 인지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기본 전제로 하여 여러 자산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여 운용하는 전략이

바로 “자산배분” 투자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복리 효과”를 통해 부자의 길에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범용적이면서도 손쉬운 방법론입니다.

 

 

 

여태까지의 설명을 듣고도 아마 몇몇 분들께서는 다음의 두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 모든 자산에 분산해서 투자를 하면 서로 서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어 궁극적으로 수익률이 날 수 없는 거 아닐까?
  • 마켓 타이밍을 노리지 않는다면 여러 자산군들에 분배된 투자금은 영원히 매매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리밸런싱의 마법‘입니다.